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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구와 전쟁,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다. 본문

역사

새로운 도구와 전쟁,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다.

Toolofv 2024. 8. 6. 16:50
도구의 완성

 

 

새로운 무기의 등장은 새로운 사용 방법을 가져오고, 전쟁의 양상을 바꾼다. 

처음 총기가 등장했을 때는 화승총을 장전하려고 총열을 마구 쑤시다가 도륙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점차 새로운 총기가 등장하며, 숙련되고 무사도로 무장한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직업군, 사무라이들은 총든 평민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자연히 평민의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 메이지유신 이후의 세이난 전쟁(1877)을 들 수 있다. 발도 돌격이니 뭐니 했지만, 사무라이들은 결국 최신 후장식 총기에 발렸다. 사쓰마번의 반군들도 총기를 탈취하긴 했지만, 구식 전장식 소총이었다(...).

전장식 소총과 후장식 소총이 격돌한 사건은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1866)의 쾨니히그레츠 전투도 들 수 있는데, 프로이센의 후장식 소총(드라이제 니들건)의 엎드려 쏴로, 오스트리아의 전장식 소총(로렌츠 소총)의 서서 쏴를 발랐다.

 

여기에 노력이나 정신력의 요소가 있을까? 피나게 노력하고, 사무라이처럼 고도의 정신력을 가지면 칼이나 전장식 소총을 가지고 후장식 소총을 이길 수 있는 것일까? 전장 언덕지에 기관총을 박아두었는데, 여기를 '노력'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다 운좋게 도달하고 살아남은 이는 노력때문이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응. 그런 노력 평생하고 사쇼! 겸손하게! 

 

총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구의 등장은 새로운 사용법에 맞물리고, 노력이나 정신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새로운 도구와 그에 따른 새로운 사용법은 전쟁의 양상, 그 현장의 변화와 또 맞물린다. 또 전쟁과 현장의 양상 변화는 권력의 이동을 낳으며, 궁극적으로 세상이 변화한다. 엄청난 정신력으로 훈련을 쌓은 사무라이든, 맘루크든, 예니체리든지 간에 생업에 어제까지도 종사하고 있었던, 현대 소총을 가지고 작동법을 익힌 평민을 이길 수는 없다.

 

전쟁 양상의 변화로 인해 국제정세가 변화하며, 각 국가의 변화를 강제하며, 내부 의사결정구조의 변화를 촉발한다. 기존의 구조가 재편된다. 물론 새로운 권력층이 꼭 정답이지만 않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 예전의 봉건시스템이 해제되고 이길만한 세력이 집권하여 나아진다는 말이다. 그들은 신기하게도 새로운 도구를 장악하고, 변방에서 자라난다. 왜냐하면 기득권은 지금도 살만한데, 새로운 도구니 뭐니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들도 옛날에 새로운 도구의 등장으로 중앙화된 세력이면서도). 사람들은 이 구조를 깨닫지 못해 변화중의 시간차로 미국 남북전쟁, 1차세계대전에 인명 갈아넣기를 하기도 했다.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고, 도구 사용의 편의와 그에 수반되는 변화를 누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구란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것인데, 이 도구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무기가 되기도 하며, 흉기가 된다는 현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또 도구가 점점 더 고도화되는 만큼 위험해지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도구의 등장에 맞물린 변화만을 수동적으로 경험하였지만,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도구와 그 사용법에 연동되는 현장의 변화를 다뤄야만 한다. 이 것이 도구의 완성이다. 물리적인 도구의 등장만으로는 도구가 아직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 거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우리는 이제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도구에 수반되는 변화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도구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도구 하나 딱 내놓고 다 되었다는 식으로는 곤란할만큼 현재의 도구는 치명적이다. 우리는 그 도구의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도구를 완성해야 한다. 그 답은 서구에 있지 않다.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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