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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카페에서

Toolofv 2024. 11. 11. 15:43

 
 
서울역 카페에서 일할 때다. 어느덧 2 ~ 3년차가 된 후의 이야기다. 
 
역사에 위치해 굉장히 바쁜 매장이었다. 금토일과 명절은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문부터 길게 늘어져 줄어들지 않았다. 피크타임과 조금 덜한 시간이 있기도 했지만, 2시간정도 빼면 계속 사람이 들어왔다. 오전에 출하가 올 때는 한명이 전담하는데, 남녀할 것없이 거의 비슷하게 포지션을 배분됐고, 그 출하는 솔직히 좀 쉬운 택배 상하차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바쁜 매장이라 그나마 진상이 없긴 했지만, 역대급 진상이 있기도 했다.
 


 
판매 직원이 있고, 주방 기사들이 있고, 점장이 있다. 판매 직원중 부점장들은 판매 직원에 속하면서도 부점장끼리 어떤 세력을 구성한다. 이 부점장들은 짬에 따른 노련한 업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파벌을 구성하기도 한다. 부점장들은 점장과 판매 직원업무의 사이에 위치해 사실 계산이나 음료, 홀에 대한 숙련도가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다.
 
그 것은 경력에 비례하여 그런 경향이 더 크다.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짬밥이 안 될수록, 매장의 바쁜 상황을 케어하는 숙련도가 높다. 짬이 높으면 소모품, 케잌 주문이나 주방 직원, 타 매장과의 네트워크 등의 능력이 더 부각된다.
 
이 부점장세력이 점장으로 승진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무언가 올라갈 데가 막히니, 공채 점장세력도 짬을 이용해 찜쪄먹기도 한다. 잘 보일 이유가 없던 것.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게, 새로 온 점장은 이미 매장의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되어 있는 사항을 잘 모르고 바꾸려고 할 때가 간혹 있다. 비효율로 보여도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는 게 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도루묵이 되는 것들. 이럴 경우 짬을 통해 얻은 노련함으로 견제와 설득을 할 때도 있다. 새로 온 점장이 몇 년씩 상주하던 부점장과 척지기는 힘들다. 부점장도 이 점장이 나중에 어떤 직급이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함부로 하지는 않는다. 위가 막히니, 아래로의 관심이 많다.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논다. 텃세가 있고, 파벌이 있다. 일을 어렵게 만들어 놓는다.
 
점장세력은 잠시 매장에 머물다가 올라가는 공채 직원이다. 본사로 가더라도, 처음 업무는 매장의 점장을 경험해본다. 그들은 실적과 평가에 대한 목마름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판매 직원들에게 보통은 잘한다. 문제가 터질 경우, 부점장들은 책임자를 색출하기 바쁜데 이들은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한다;;. 이미 잡혀 있을 게 다 잡혀 있는 곳에서 적응하고, 바쁘고 힘든 경험은 그들에게 어떤 자부심을 주기도 한다. 물론 점장으로 오래 머물수록 이런 경향은 옅어질 수도 있다. 그들은 본사의 더 심한 군대식 위계 문화에 압박을 받는다.
 
주방세력은 보통 교류가 많진 않은데, 가끔 우리가 더 위라는 위계행동을 보인다. 젊은 직원일수록 덜 하고, 친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나이 든 직급 높은 장들이 기본적으로 꼰대다. 심할 때, 한 번 들이받으면 그래도 다시 건들지는 않는다.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업무가 방해받으면 굉장히 싫어한다.
 
판매직원 세력은 경력에 상관없이, 알바로서 접근하는 이들과 직업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있다. 부점장 등 경력그룹은 알바세력과는 어느정도 문제없이 잘 지내며, 직업세력에게는 험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다. 이 것도 파벌이나 친함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알바세력은 끼리끼리 잘 놀러 다닌다. 퐁당근무를 뛰고도 늦게까지 잘 논다.
 
부점장세력은 마치 고대 로마의 원로원세력같으며, 일체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매출, 실적 이런 것보다 업무의 편의성이 우선순위다. 이들이 어쩌다 정도를 거론하면 그것은 누군가에 대한 공격인 경우다. 점장이 분위기 잘 만들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공치는 매출이 뽑히지는 않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위 업무의 편의성은 자신의 업무 기준일 때가 많다. 이러다 보니, 아래 직급 직업세력의 직원들이 숙련되어 갈수록, 무언가 이들의 기세에 눌리는 경우가 있고, 후일에 견제를 심하게 한다.
 
중간경력 직업세력의 그들은 업무에도 능숙해지고, 조장 업무를 도우거나, 맡기도 한다. 보통 바쁜 날에는 멀티 포지션을 맡아 몰리는 포지션에 지원을 한다. 그들은 워낙 바쁘기 때문에 군더더기를 없앨 수 밖에 없으며, 구석구석 모든 곳의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현장에 관한 한, 캐리 포지션이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분야의 일에 투입되어 활발하게 일을 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거나 혹은 실수는 아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나중에 처리하려고 미뤄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때 부점장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극심한 견제를 받는다.
 
업무에 영향력이 클수록, 지적을 많이 받게 된다. 이게 굉장히 뭐같은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수치적으로는 납득되도록 설명할 수 없다. 그냥 한 자리에 짱박혀서 실수안하는 사람은 지적당하지 않는데,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되는 중간세력만 지적을 받는다. 여기에는 평소의 파벌에 우호적이었냐 등등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들이 '내가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라는 말을 하면 '너만 뛰어다녀?'나 '너만 일하냐?'라는 대응에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반대로 점장세력은 이 중간세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의 컨디션 관리를 굉장히 신경쓰고, 새로 하는데 반대가 심할 것 같은 일들은 먼저 이들과 상의하고, 부점장 및 전체 직원에게 전파한다. 바쁜 상황을 같이 극복한 전우애(?)도 있을 것이고, 실적이나 매출 증진에 이용해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전우애는 다른 모든 직원들과도 함께 나누겠지만, 이들과 좀 더 돈독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중간세력끼리도 굉장히 돈독했다. 눈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이심전심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구조적 문제인 게, 부점장 세력도 중간세력이었을 때가 있었다는 거다. 그들의 특성은 중간세력일 때는 달랐을 거다. 그들도 뭐같은 경험도 많이 겪고, 내부에 적응하다보니 시간이 흘러 그렇게 된 거다. 같은 시즌에 일한 이들이 그만두고, 흩어지고.
 


 
 
암튼 이들 사이에 묘한 균형을 가지며, 이 공간이 굴러 갔다. 그러다 1~2년후 부점장 및 여타 세력에게 어떤 공격(?)을 받고, 일을 쉬게 되었다. '니네끼리 잘해봐라.'했다. 사실 여러가지로 핍박이 심했다. 안그래도 바쁜데 핍박이 들어오면 할 수가 없다. 복귀 후에는 다른 악명높은 매장을 갔다. 그 곳에는 무려 판매 출신 점장이 있었고, 소문이 자자했다.(판매 출신 점장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역시 승진에 대한 욕심은 없어 보였고,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시간이 흘러 서울역에서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그 중간세력이 나 혼자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 다들 다른 매장에 발령나거나, 그만 두거나 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중간세력이 다들 떠나는 분위기기도 했다. 나마저 떠난 후에는 다음 새로운 중간세력이 만들어 졌을 거다. 부점장세력도 이름은 달라도, 같은 모습으로 있었을 거고. 조금씩 외부의 문화가 스며들어 부조리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왠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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