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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착실하게 돈모으고 잘 살아야 된다'에 대한 생각

Toolofv 2024. 11. 7. 16:51

 
어떤 어른들은 말한다. "착실하게 직장잡고 돈모으고 안정적이게 살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같은 공식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연봉 1억을 받아도 서울에 집 하나 장만하기는 자력으로는 난망이다. 왜 그 시절에 살았던 어른들은 그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조세희가 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보면 그 때가 힘들면 더 힘들었지 사실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왜 그 어른은 착실하게 직장잡고 돈모으고 안정적이게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을까?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관점이다. 그 생각이 바뀌지 않고, 그게 깎이지 않고 살아와서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조언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태어난 것은 우리가 선택하거나 결정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팔레스타인의 난민으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미국 부자의 자식으로 태어난다. 누구는 '총알'이 날라다니는 곳에서 태어나고, 누구는'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다. 내가 결정하지 않은 이 뿌리는 내 삶의 모습 대부분을 확정짓는다. 새로운 토대의 변화가 생기고, 소속된 집단과 자신의 능력을 잘 살리면 변화도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
 
비단, 돈뿐만 아니라도 우리의 기원과 그로 인해 주어지는 환경에 기반하여 삶이 시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일단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현재로써는 그래도 꽤 운이 좋은 거다. 적어도 먹고 사는 데에 큰 지장은 없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물론 군부독재같은 것을 살기 좋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더 못사는 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고, 그런 나라는 생각보다 많다.
 
태어난 환경에 기반해 삶의 모습과 그에 따른 세계관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머릿 속으로 생각하는 언어도 다르다. 그리고 사냥을 예로 든다면 먹거리 많은 살기 좋은 환경에서는 어떤 실수도 용해되고, 살기 팍팍한 환경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그 날 저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다. 환경의 차이로 현장에서 인풋에 대한 아웃풋도 달라진다.
 


 
 
돈 모으고 착실하게 살아서 잘 산다는 것. 뒤집어 보면 이미 경제적이든 뭐든, 미리 닦여진 환경에서 각 참가자가 잘 살 수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 왜곡된 환경에서 저 생각을 가졌던 게 아닐까? 고정된 인자가 있던 거다. 미국만 해도 주식시장은 100년 이상의 우상향인데, 중간의 몇 십년정도의 하향 국면에서 젊은 시절을 맞았던 이들은 주식시장에 대해 평생동안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이 많았다. 한국도 부동산은 평생동안 절대 떨어지지 않아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 사람들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우리는 본연의 삶에서 멀어지는 점이 있다. 더 깊은 부분의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정답이 있는데 어떤 국가보다는 살기 좋은 만큼 인간 본연의 삶에서 멀어진 답, 오답이지만 깎이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오답을 가지고도 살 수 있다. 이 '살기 좋은 만큼'이 오답을 보정한다. 뉴턴역학이 지구의 제반 환경에서는 꽤 알맞는 답을 내놓지만, 그 것을 포괄하는 상대성이론의 공식이 더 높은 차원의 방정식이다. 지구 환경에서만 고정되어있는 인자가 우주로 보면 당연하지 않다. 지구에서는 뉴턴역학으로도 그럭저럭 맞아떨어진다.
 


 
 
돈을 모을 수 있으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하고, 모아가는 중의 돈을 힘으로 뺏기지 않아야 하고, 일하고 월급도 보장되어야 한다. 모은 돈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어야 한다. 집도 있어야 하고, 차도 있어야 하고 도로도 미리 깔려있어야 한다. 시험을 보려고 해도 시험제도가 있어야 하고,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이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근데 이게 당연한가? 당연하지 않다. 바뀔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한 직장에서 돈모으고 착실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착실하게 돈모으고 산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온실 속의 화초를 의미한다. 온실의 환경이 좋을수록 온실에서만 살 수 있는 화초가 만들어진다.
 
인간은 동굴에서 서로 부대끼며 안정감을 느끼고 살아왔다. 서울상경한 가난한 집에서 단칸방에 살 때는 오순도순 잘 살았는데 막상 돈을 벌고 집이 넓어지니 가족끼리 멀어지고, 각종 외로움도 겪고 있다. 본질적인 것이 있다. 사회의 발전은 좋은 거지만 본질로부터의 연결이 있어야 좋다. 오답을 제거해야 한다기보다는 정답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누군가는 그 원인을 모르고, 보정된 오답을 가지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착실하게 직장잡고 돈모으고 안정적이게 살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잘 살 수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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