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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ofv 님의 블로그
2000년대 문화 부흥기와 문명이라는 도로 본문
어린 시절,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을 보았다. 거기에 나오는 채치수, 정대만, 김수겸 이런 애들이 굉장히 어른같아 보였다. 지금은? 다시보니까 그들은 역시 멋지지만 아직도 고등학생이다. 대학교를 갔다. 2, 3학년 선배들이 굉장히 어른같아 보였고 4학년 혹은 그보다 더한 복학생들은 무슨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있는 어른같았다. 지금보니? 그들은 지금도 나보다는 나이가 많겠지만 그 때 그래봤자 20대 후반이었다.
2000년대에 20대를 맞았다. 이미 90년대 후반에 PC방이 생기고, 스타크래프트 게임방송이 흥행했고, 버디버디나 네이트온같은 메신저도 생기고, 싸이월드도 생기고, 포털사이트도 생겼다. 알바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했으며 노래도 인터넷에서 듣거나 다운로드받았다. 뭔가 현재의 기업이나 기관에 기반해 공신력있어 보이는 것도 찾아보면 더 편하게 하는 방법이나 수단들이 인터넷에 있었다.
나이 든 어른들이 항상 우리보다 더 세상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권위있는 어른같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였는데 뭐든지 잘 알고, 잘할 것 같은 그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란 우리 또래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법을 물어보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접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다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른들은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니, 이 때만큼 어른과 젊은이간의 간격이 좁았고 만만했던 시기도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이 그들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서, 간단한 사용법도 뭔가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헤매는 모습에서 '다들 사람이구나.'면서 그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깨진거다.
이런 분위기가 당연한 건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 때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서 그에 따른 여러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특별한 시기였던 거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측면이 있다. 아직도 부모님세대의 어른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아 자녀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회사의 상사들도 우리 또래 이상 세대이면 쓰던 것만 쓰지, 다른 것은 활용을 잘 못하는 듯하다.
90년대나 00년대에 노래를 들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촌시러운 노래처럼 들렸다. 80년대의 노래는 지금같지 않은 옛날 노래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빠져드는 매력도 있었다. 원래 그런 건줄 알았다. 많은 시간 숙성된 노래는 현재와 같지 않은 매력을 갖게 되며 신곡 이전의 1~2년 전 노래는 굉장히 한물간 노래처럼 들리는 것이다. 당연한 건줄 알았다. 지금와서 티비를 틀면 10년전의 방송 프로그램이나 지금의 프로그램이나 큰 차이를 모르겠다. 노래도 마찬가지로 10년 전 노래들도 큰 차이없이 꽤 세련되게 들린다.
개인적인 감상에 기초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2000년대가 확실히 문화그래프의 기울기가 컸고, 한 10여년 전부터는 확실히 그 때보다는 완만해진 듯 보인다. 그래서 10여년 전의 노래도 지금 노래처럼 들리는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시대, 그 새로운 도구에 말미암아 사회와 문화가 굉장히 활발했던 시기를 지난 것이다. 가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당시 작성한 글을 보면 소름이 돋기도 하지만 그런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그 때도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이 있었고 지금 보면 '심허다.' 싶은 것도 많았다. 그래도 사회와 문화의 수압이 강했으니 그런 것을 보고 문제는 문제지만 해결해갈 수 있다는 자신감같은 게 있었다. 한국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한 시기였던 게 이유가 있다. 지금은 수압이 약해져 사회가 비교적 정적으로 변했고 이게 나라는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문명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사회라는 버스가 산업을 연료로 삼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네비삼아 운행할 때는 바깥 구경도 하고, 속도에 힘입어 무언가 가속을 받아 사람들끼리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길을 재미나게 여러가지 즐기면서 몰입하지만 길이 막히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같다. 옆자리의 누군가가 말을 걸면 짜증도 나고 불화가 생긴다. 이럴 때 승객끼리 대화하고 푸는 것도 해야겠지만 애초에 길이 안 막히면 이런 불화가 벌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버스가 달릴 때만이 우리는 애먼 것에 신경안쓰고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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