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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 - 적과흑(Le Rouge et le Noir, 1830) 본문
다행히 쥘리엥의 사형 집행이 통고된 날에는 찬란한 햇빛이 만물에 즐겁게 내리쬐고 있었고
쥘리엥도 굳건한 용기가 솟았다.
자, 만사가 잘 되어 나간다. 나도 조금도 용기를 잃지 않았고.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와 더불어 스탕달(Stendhal, Marie Henri Beyle, 1783~1842)은 프랑스 리얼리즘 문학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스탕달은 가명으로 본명은 마리 앙리 벨이다. 그는 나폴레옹 휘하의 군대 소속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기도 했다. 러시아 원정에도 참전했으나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왕정복고 시대에 찍혀 다시 이탈리아에서 지내며 글을 썼다. 1830년 7월 혁명 이후 소소한 외교관 직무를 수행하면서 집필 활동을 했다. 대표작으로는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830) >, <파르마의 수도원(La Chartreuse de Parme, 1838)> 등이 있다.
적과흑의 후반부는 카뮈의 이방인과도 비슷하다. 냄새가 비슷하다. 쥘리엥 소렐은 이방인이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 1830)
나폴레옹(Napoléon)이 실각하고 왕정복고가 이뤄지던 때다. 미셸 네(Michel Ney), 조이킴 뮈라(Joachim Murat), 장 란(Jean Lannes)같은 말단 병사가 장군이 되는 신화의 시대는 지나갔다. 귀족들은 혁명을 경험한 평민 신분을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은 권태를 겪고 어쩌면 그것을 공격무기로 삼으면서도 예절을 강조하고 문벌을 예찬한다. 어떤 새로운 생각과 사상도 표현할 수 없으며 매사에 따분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뛰어나다는 듯 살고 있다.
쥘리엥 소렐은 복잡한 인물이다. 그는 이 따분한 사회의 이방인이다. 뫼르소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다. 그러나 그는 나폴레옹과 혁명에 감화를 받았다. 큰 야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성직자가 되고자 한다. 이 때의 성직은 한국의 법률가와도 같은 엘리트직이다. 소렐은 고귀한 혈통 따위에 대한 숭배심이 없다. 오히려 멸시한다. 그러면서도 향락과 돈의 결핍에만 안달나있는 파리의 대부분의 하층민과도 다르다. 그는 언제나 자기가 정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며 사악하기까지 하다. 번민과 고뇌를 비겁하게 피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을 알고 세상에 뛰어나고 아름다운 것들을 분별하고 평가할줄 안다. 그는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 1834)의 라스티냐크가 '이제부터 파리와 나와의 대결이야.'라고 한 것처럼 신통한 것 없는 이 세상 전부와 각을 세우고 고귀한 영혼으로서 이기고자 한다. 신과의 승부다! 이 세상 전부를 경멸하면서도 고결한 사랑을 알고 그에 대해 인정할 줄 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자신을 나쁜 놈이라 욕하는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 전부가 한 판의 게임이다. '미천한 너희들이 틀렸고, 내가 맞다. 너희들은 경멸받아 싼 존재다.'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드 레날 가족의 가정교사로 일하다 드 레날 부인과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다. 그가 야망때문에 떠난 것은 아니었다. 소렐은 태생적으로 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신학교로 진학하고 답답한 머저리같은 이들과 어울릴 수도 없었다. 피라르 사제를 만나 드 라 몰 후작의 집안에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야망에 들뜬 그는 파리와 성공을 바라기도 했지만 주교의 생선 가시를 잘 발라줬다는 이유로 고위직을 차지하기도 하는 세상의 더러움과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심약한 귀족들의 비위에 경멸찬 표정을 숨기며 지낸다.
숨막히는 드 라 몰 집안에서 마틸드는 달랐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혁명을 부정했고 무서워했다. 마틸드는 용기를 가진 여자였고 뛰어난 귀족과 결혼한 후의 지겨운 삶보다 세상에 자신의 뛰어남을 어필하려는 야심이 있었다. 그래서 쥘리엥과 사랑에 빠진다. 능력있고 미천한 이 남자를 선택한 것이다. 쥘리엥의 미숙함으로 이 여왕같은 여자를 잡지 못할 뻔도 했지만 그는 마틸드를 얻었다.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을 때 드 라 몰 후작이 드 레날 부인 명의로 된 편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쥘리엥은 드 레날 부인을 쏜다. 드 레날 부인이 자신의 성공을 가로막아 그런 짓을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천재의 마음을 쉽게 알 수는 없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는다. 사건은 잘생긴 미소년의 사형 사건으로 화제가 되었고, 드 레날 부인과의 재회, 마틸드의 희생···. 그는 오히려 죽음을 앞두고 완성된다. 죽음의 순간에 비겁한 태도를 경멸해 마땅할 그들에게 보일 수 없다.
"자, 만사가 잘 되어 나간다. 나도 조금도 용기를 잃지 않았고."
그는 그들의 생각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알았다. 어떤 행동이 그에게 찬탄할 만한 짓으로 보이면 그 행동은 반드시 비난받는 것이었다.
그의 생활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아침에 깨어나면서 자신의 불행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 사람들은 최상의 순간에도 내 비위를 건드리는 비결을 갖고 있단 말이야···.'
자살한다! 이건 중대한 문제다.
어제 그들은 내가 용서를 청하는 걸로 생각했겠지. 그게 바로 참을 수 없는 점이란 말야.
나는 진실을 사랑했다. (···)
옳건 그르건 나 스스로 규정해놓은 의무가 있었지. 그것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동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견고한 나무 둥치와도 같았어.
내가 부인을 살해하려 했지만 그래도 부인은 그 모든 걸 잊을 것이다. 내가 목숨을 빼앗으려 했던 분이야말로 진정으로 내 죽음을 슬퍼할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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