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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1960) - "시켜서 했다."가 더 위중한 이유 본문

역사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1960) - "시켜서 했다."가 더 위중한 이유

Toolofv 2024. 12. 10. 14:40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 독일 친위대(SS)의 아돌프 아이히만은 신분을 숨기고 아르헨티나로 도망갔다가 1960년 이스라엘의 모사드에게 붙잡혀서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았다. 아이히만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에 관여하는 업무를 하였다. 독일 점령지의 유대인을 기차에 태워 수용소로 보내는 정책의 최종책임자였다. (당시 아이히만을 데려오는 이스라엘의 불법 납치도 지금의 극우화된 이스라엘을 보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을 '권한이 거의 없는 배달부'라고 했다. 맡았던 업무와는 다르게 가정에서는 좋은 남편, 아빠였기도 했다. 동료 사이에서도 덕망이 높았다고 한다. 그는 그냥 주어진 업무로써 상부의 명령에 따른걸까? 그의 말대로 그는 기계장치의 부속장치였을 뿐이고 범죄자는 따로 있는 것이었을까? 일단 그가 생각없이 주어진 업무를 수행했다는 변명은 진실이 아니다. 그는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에 따른 인식하지 못하는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으로써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었다. 의도하고 인식해서 적극적인 학살 행위를 했다. 학살 공장 시스템을 굴리는 전문가였다.
 
자신이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변명은 과연 용서받는 데 있어 더 유리할까? 그렇지 않다.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보면 안된다. 선악을 떠나 문명사회에 있어서 어떤 통제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 벌어지는 범죄보다도 더욱 위험하다는 확신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위험한 행동을 할 때 브레이크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어떤 범죄 행위일지도 모르는 업무 지시를 받고서 그 것을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따른다는 태도가 사회에 위협이 된다. 제동장치가 없는 것이다. 어느 것이 반헌법적이고 위법한 것인지, 어떤 길이 역사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않겠다는 태도 자체가 더 중한 범죄다.
 
이번 12. 3. 윤석열 내란 사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상명하복의 군인이어도 생각없이 주어진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의 범위안에서 주어진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의 정당한 명령만을 따를 수 있는 거다. 그 어떤 명령이라도 '무조건' 따른다는 태도는 사회에 커다란 '위협'이다.  자신을 어떤 일에 대해 판단할 지성따위는 없는 위험한 인물이다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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