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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ofv 님의 블로그
서울역 카페에서 본문
서울역 카페에서 일할 때다. 어느덧 2 ~ 3년차가 된 후의 이야기다.
역사에 위치해 굉장히 바쁜 매장이었다. 금토일과 명절은 계산을 기다리는 줄이 문부터 길게 늘어져 근무시간 내내 줄어들지 않았다. 피크타임과 조금 덜한 시간이 있기도 했지만 2시간정도 빼면 계속 사람이 들어왔다. 일에 있어서 남자, 여자의 차이가 없었다. 오전에 물품, 재료 출하가 올 때 한명이 전담하는데 남, 녀할 것없이 거의 비슷하게 배분됐던 것을 보면 누구라도 납득할 것이었다. 출하는 예전 상하차경험에 비추어서 아주 약간 쉬운 택배 상하차와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매장업무도 바쁘기에 시간의 압박이 추가로 있었다. 바쁜 매장이라 그나마 진상이 없긴 했지만 1년에 2~3번 역대급 진상이 있기도 했다.
판매 직원이 있고, 주방 기사들이 있고, 점장이 있었다. 판매 직원중 부점장들은 판매 직원에 속하면서도 부점장끼리 어떤 세력을 구성했다. 부점장들은 짬에 따른 노련한 업무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파벌을 구성해서 전체 업무에 애를 먹이기도 했다. 이들은 점장과 판매 직원업무의 사이에 위치해 사실 계산이나 음료, 홀에 대한 숙련도가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 것은 경력에 비례하여 그런 경향이 더 컸다.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매장 관리 및 매출에 관한 요소들에 대한 일을 하면서도 현장 업무에 빠삭한 사람도 있었다. 유일하게 판매출신으로 점장 이상으로 승진했다. 보통은 짬밥이 안 될수록 매장의 바쁜 상황을 케어하는 숙련도가 높았다. 짬이 높으면 소모품, 케잌 주문이나 주방 직원, 타 매장과의 네트워크 등의 능력이 더 부각되었다.
부점장이 점장으로 승진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무언가 올라갈 데가 구조적으로 막히니 공채 점장세력도 무섭지 않고, 짬을 이용해 찜쪄먹기도 한다. 잘 보일 이유가 없던 것이다.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게 새로 온 점장이 이미 매장의 상황에 맞게 나름 효율적으로, 이유가 있어 그렇게 정리되어 있는 사항을 잘 모르고 바꾸려고 할 때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비효율로 보여도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던 게 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도루묵이 되는 것들이다. 이럴 경우, 부점장이 짬을 통해 얻은 노련함으로 뻔히 보이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견제와 설득을 할 때도 있었다. 새로 온 점장은 몇 년씩 상주하던 부점장과 척지기는 힘들다. 부점장도 이 점장이 나중에 어떤 직급이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함부로 하지는 않았다. 부점장들은 위가 막히니 아래로의 관심이 많았다.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 놓고 간단한 절차를 둘 일도 복잡하게 꼬아놨다. 이러한 여러 장치들을 기반으로 텃세를 형성하고 파벌을 만들었다. 일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점장세력은 잠시 매장에 머물다가 올라가는 공채 직원이다. 본사로 가더라도, 처음 업무는 매장의 점장을 경험해보는 취지였다. 갓 입사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은지 얼마 안 된 생짜였다. 그들은 실적과 평가에 대한 목마름이 있으며 그러다 보니 판매 직원들에게 보통은 잘했다. 서울역 외의 악명높은 매장에서는 공채직이 판매직에게 왕따를 당하고 퇴사하기도 했다. 매장에 문제가 터졌을 경우, 부점장들은 책임자를 색출하기 바쁜데 이들은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다;;. 이미 잡혀 있을 게 다 잡혀 있는 곳에서 적응하고, 바쁘고 힘든 경험은 그들에게 어떤 자부심을 주기도 했다. 물론 점장으로 오래 머물수록 이런 경향은 옅어질 수도 있다. 그들은 본사의 더 심한 군대식 위계 문화에 압박을 받았다. 실적을 내려면 잠만 집에서 자고 나머지는 매장에서 살아야 했다.
주방세력은 보통 교류가 많진 않은데, 가끔씩 자기들이 더 ‘위’라는 위계행동을 보였다. 같은 월급받는 사람들끼리.. 이는 조지오웰도 말했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것이었다. 매장이 물바다가 되어 전기가 나가도 자기들 실적이 떨어진다고 판매를 강행하라고 압박을 한 적도 있다. 이러한 점은 젊은 직원일수록 덜 했다. 그들과 친해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나이 든 직급 높은 장들이 기본적으로 꼰대였다. 심할 때, 한 번 들이받으면 그래도 다시 건들지는 않았다. 전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 업무가 방해받으면 굉장히 싫어했다.
판매직원 세력은 경력에 상관없이 알바로 접근하는 이들과 직업으로 접근하는 이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부점장 등 경력그룹은 알바세력과는 어느정도 문제없이 잘 지냈고, 직업세력에게 험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었다. 파벌이나 친함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알바세력은 끼리끼리 잘 놀러 다녔다. 퐁당근무를 뛰고도 늦게까지 잘 논다. 이들이 사내정치에서 여론형성에 꽤 큰 역할이 있었다.; 오죽하면 정직원처럼 일하는데 돈을 살짝 적게 받고 알바로만 일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점장세력은 마치 고대 로마의 원로원같았다. 매장 내 일체의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이들은 매출, 실적 이런 것보다는 자기 업무의 편의성이 우선순위였다. 상부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때, 이들은 현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먼저 대응해 변환해주거나 하지 않았다. 회사도 까라면 까라는 식이어서 그랬을 것이긴 했다. 어쩌다 정도를 거론하면 그것은 누군가에 대한 공격인 경우다. 점장이 분위기 잘 만들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5년의 시간동안 어떤 동맹이 형성되고 해체되곤 했다. 이들은 너무 매출이 공치지는 않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아래 직급 직업세력의 직원들이 현장업무에 숙련되어 갈수록 무언가 이들의 기세는 눌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기세를 올리면 언젠가 후일 부점장에게 꼭 복수를 당하기도 했다.
중간경력 직업세력의 그들은 매장의 모든 업무에도 능숙해지고, 조장 업무를 돕거나 맡기도 하는 경력을 가졌다. 보통 바쁜 날에는 멀티 포지션을 맡아 상황에 따라 몰리는 포지션에 지원을 했다. 워낙 바쁘기 때문에 그들은 군더더기를 없앨 수 밖에 없었다. 구석구석 모든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 관한 한 캐리 포지션이었다. 불필요한 절차도 나름의 범위에서 수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분야에 투입되어 활발하게 일을 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거나 혹은 실수는 아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나중에 처리하려고 미뤄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때 부점장 세력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극심한 견제를 받았다.
업무에 영향력이 클수록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게 굉장히 뭐같은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수치적으로는 납득되도록 설명할 수 없다. 그냥 한 자리에 짱박혀서 실수안하는 사람은 지적당하지 않는데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되는 중간세력만 지적을 받았다. 여기에는 평소 파벌에 우호적이었냐 등등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들이 '내가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라는 말을 하면 '너만 뛰어다녀?'나 '너만 일하냐?'라는 대응에 더이상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물론 이들도 견제를 받아야 하긴 했다. 그런데 알바세력보다 못할 정도로 견제를 받아서는 안되었다. 이럴 때도 있었다.
점장세력은 이 중간세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의 컨디션 관리를 굉장히 신경쓰고 새로 하는데 반대가 심할 것 같은 일들은 먼저 이들과 상의하고 부점장 및 전체 직원에게 전파했다. 바쁜 상황을 같이 극복한 전우애(?)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포지션이 비슷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적이나 매출 증진에 이용해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전우애는 다른 모든 직원들과도 함께 나누겠지만 이들과 좀 더 돈독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중간세력끼리도 굉장히 돈독했다. 눈만 봐도 소통이 가능했다. 이심전심이 되었다.
재밌는 것은 부점장세력도 중간세력이었을 때가 있었다는 거다. 그들도 중간세력일 때는 좀 달랐을 것이었다. 어쩌다 가끔 그들의 타 매장 동기와 얘기나누는 것을 보면 그랬을 거라 짐작되었다. 그들도 뭐같은 경험도 많이 겪고 내부에 적응하다보니 시간이 흘러 그렇게 된 것이었다. 회사의 구조가 그들을 주물한 것이었다.
이들 사이에 묘한 균형을 가지며 이 공간이 굴러 갔다. 역사에서 ‘난’이라고 불리는 사건도 이 곳에서 경험해보기도 했다. 시즌마다 각 세력의 연대, 해체로 균형을 맞춰갔던 것 같다. 그러다 1~2년후 필자는 부점장 및 여타 세력에게 어떤 공격(?)을 받고, 일을 쉬게 되었다. 당시 생각은 '니네끼리 잘해봐라.'였다. 사실 여러가지로 핍박이 심했다. 안그래도 바쁜데 핍박이 들어오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복귀 후에는 다른 악명높은 매장을 갔다. 그 곳에는 무려 판매 출신 점장이 있었고, 소문이 자자했다.(판매 출신 점장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역시 승진에 대한 욕심은 없어 보였고, 결국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시간이 흘러 서울역에서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그 중간세력이 나 혼자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이들이 다들 다른 매장에 발령나거나, 그만 두거나 했던 것이다. 회사 전체적으로도 중간세력이 떠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나마저 떠난 후에는 다음 새로운 중간세력이 만들어 졌을 거다. 부점장세력도 이름은 달라도 같은 모습으로 있었을 거고. 조금씩 외부의 문화가 스며들어 부조리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왠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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