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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ofv 님의 블로그
노가다갤과 노동의 즐거움 본문
디시인사이드의 노가다 갤러리라는 곳을 발견했다. 공수, 기공 모르는 용어들이 난무한다. 일용직으로 인력 사무소에서 업무를 받아 일을 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다. 거기에는 글을 굉장히 똑똑하게 쓰는 사람, 그냥 커뮤니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말투를 가진 사람, 일베충 , 전형적인 디시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름대로 정보를 공유하고 잘 돌아가는 커뮤인 듯 하다.
일용직에 대해 정리된 공지글을 보면 되게 똑똑한 사람이 잘 정리해두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커뮤니티같은데 분위기가 머리에 든 게 없어서, 사연이 많아서 등등 자조하는 분위기가 있다. 똑똑한 사람도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렇지 뭐. 노동을 천시하는 풍조.. 어쨌든 아래는 어떤 한 유저의 글인데 알바 한 번 안해본 자칭 엘리트, 먹물들의 글이나 말보다 더 나은(?) 통찰을 보여준다.
무리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몸쓰는 노동은 오히려 사무직 노동보다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사무직종은 가만 앉아서 일하는데, 피곤한 건 똑같이 피곤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일은 드물고, 하던 일 하는데도 그렇다. 살만 졸라 찐다. 바쁘거나 하면 골치가 매우 아픈데, 운동은 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물론 직종마다 케바케이긴 하겠지만.
몸쓰는 노동이 머리를 안 쓰는 일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몸쓰는 일을 잘하려면 머리 졸라 잘 굴려야 한다. 도구를 잘 활용하고, 알고리즘을 잘 짜고, 중복을 제거하고, 몸을 사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지속가능하게 해야 된다. 이렇게 하려면 머리가 꽤 좋아야 된다. 그냥 생각없이 일 못한다.
어렸을 적, 봉고차(노가다갤에서도 무슨 인신매매 걱정하던데 나도 이 때 그 생각함;;)타고 물류센터가서 밤새 하는 택배 상하차를 해봤는데 하루하고 허리 아작나서 2주를 누웠다. 그 때도 외국인들 마니 하더라. 충격.. 언제 일이 끝나는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졸라 힘든데 이걸로 밥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초짜라서 너무 무리하게 한 것 같다. 또 무대설치, 철거도 해봤는데 그 건 좀 잘 맞아서 꽤 나갔던 기억이 난다. 어느 정도 여행비용 모으고 그만 두었는데도 1년 정도는 문자가 왔었다. 일할 거냐고.
서울역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하면서도 힘들었지만 대략 재밌었다. 금토만 되면 계산줄이 문까지 가서 줄지 않고, 음료는 하루에 1200잔이 넘게 팔렸다. 음료 제조할 때도 모든 군더더기를 빼고 샷 2개씩 내리기, 샷이 남았을 때는 라떼나 카푸치노에 활용하기(맛 차이는 솔직히 안난다.), 최적 근육만 사용하는 얼음푸기 동작과 잔 세팅, 바쁠 때는 주문이 어떠하든 4잔씩 같이 나가기, 계산대에서 주문 중인 음료를 먼저 듣고 준비하는 프리펫칭까지 동원해도 졸라 힘들었다. 주말 오전 음료만 하면 기진맥진해서 밥도 생각이 안날 정도였다. 음료 파트는 다른 숙련자도 다들 힘들어 했고, 일주일 이상 달릴 수 없었다. 수도가 망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꿀포지션이긴 했다.
계산대 포지션에 있을 때는 모든 제품을 손으로 찾아서 화면에 터치해야 했는데, 예전에 바둑을 두었어서 그런지 1년차때부터 진짜 군더더기없이 제품들의 가장 빠른 최적경로를 찾았다. 꽤 연구도 했음.. 그래도 주말, 명절에는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포스, 음료는 8시간동안 붙박이로 그 자리에 박힌다. 한 3년차되었을 때, 서울역에서 포스보는 것으로 세계 대회를 연다면 우승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모든 군더더기를 제거했었거든, 멘트까지도 if문으로 모든 경우의 수가 방비되어 있었고. 좀 자뻑같은데 진짜다.
모든 동선을 최적화하려고 노력했다. 어딜 가면 주어진 시간을 가늠해보고, 2가지 이상의 과제를 이루면서 돌아왔다. 주말에 멀티포지션일 때는 줄이 너무 밀리면, 그 기다리는 손님들의 빵을 먼저 포장하기도 했다.(빵포장도 계산시 시간투여가 필요하다.) 지금은 보니까 계산대 스캐너에 올리면 제품들이 알아서 다 찍힌다. 커피 샷, 스팀도 버튼만 누르면 되고. 얼마전에 한 번 가봤는데, 스캐너가 다 맞게 잘 찍었는데 직원이 확인하다가 더 오래 걸리긴 했다. 가끔 삑사리가 나는 듯.
홀 포지션은 명절 때 멘붕이다. 빵이 분명히 90도로 세워져서 진열될 만큼 최대한으로 꽉 차게 진열되어 있는데, 주방에서 빵카 꽉 찼다고 빼달라고 한다.; 계산 줄땜에 1m 움직이는 것도 한참 걸린다. 익숙해지면 가장 쉽긴 하다. 그래서 다른 포지션을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는데, 주문 얼음을 제빙기에 채우는 게 더 힘들 정도다.(제빙기 얼음이 음료주문을 못따라간다.;)
암튼 그 때는 술을 자주 마셔도 살이 절대 안 쪘는데, 사무직종으로 일을 한 후 살이 졸라 쪄버렸다. 지금은 또 사무직을 벗어던졌다. 암튼 다들 쉽게 생각하는 카페업종에서도 바쁜 매장에서는 일머리, 잔머리 다 동원해야 했는데 사람들이 그냥 반복 노동,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평가절하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긴 하다. 그 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끼리 끈끈했을 때는 누구보다 끈끈했다. 바쁘고 안 바쁘고를 떠나 모든 게 생각대로 예상대로 잘 풀리면 다들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고. 바쁠 때 서운한 거, 각종 잔소리 다 튀어나오는 사람들도 일이 잘 풀리면 츠은데레하게 표정은 차갑게 지으려 노력하는 데도 기분좋은 눈빛이 된다. 그게 지금 생각해봐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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