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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북송 곽경의 육갑신병(1127)과 2024년 현재

Toolofv 2024. 10. 22. 23:27

 

군사력은 약해도 경제 강국이었던 송나라

 

 

송나라(960~1279)는 5대10국시대 후주(951~960)의 장군 조광윤이 제위를 선양받아 세운 나라다. 송나라 때 거란의 요나라(916~1125), 여진의 금나라(1115~1234), 전 세계를 호령한 몽골의 원나라까지 무력이 강한 나라들과 같이 존속했던 한족의 나라였다. 워낙 강한 나라들과 같이 존재해서 군사적으로 나약한 이미지가 있지만 양쯔강 이남의 강남 지역을 개발하면서 이룬 생산력 증대와 그에 따른 경제, 상업, 무역, 외교가 발달했던 풍요로운 나라였다. 주식회사의 초기 모습은 송나라때 나왔다고 하며, 3대 발명품인 나침반, 화약, 인쇄술도 송의 유산이다.

 

이러한 송나라는 예전 당나라가 지방의 절도사에게 큰 코를 다쳤던 전례를 피드백하여 문치주의를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는 송나라가 내부의 군사력을 견제하고, 억제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그래도 사실 인구수나 경제 상황을 보았을 때, 약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총기가 아직 없던 시절이라 정주형 국가의 어쩔 수 없던 단점이 부각되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요, 금, 몽골이 넘 쎈 타이밍이었다.

 

이후, 송은 전연의 맹(1004)을 통해 요나라와 공존하였으나 완안아골타의 금나라가 등장(금나라의 등장은 고려의 여진 정벌이 한몫했다.;)하면서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 금과 연합해 요를 멸망시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나라에 밉보이게 되고, 배신하려는 낌새마저도 들통나 중국사 3대 치욕 중 하나인 정강의 변(1126)으로 송의 휘종과 흠종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도사 곽경의 등장, 육갑신병

 

 

금나라가 송의 채무 불이행을 명분으로 침입했을 때, 이 곽경이란 도사가 등장하게 된다. 송 휘종과 흠종은 난관을 해결하겠다는 도사 곽경의 말을 믿고 수비를 맡기게 되는데, 그 방법이 참 인상적이다.

 

곽경은 육갑법(六甲法)이란 도술로 유명하였는데, 이 도술에 따르면 한날한시에 태어난 7,777명의 육갑신병을 뽑아 이들에게 흰 옷을 입히고, 매일 기도하고(훈련은 안하고;), 의식을 행해 수행에 힘쓰며, 길일을 택해 싸우면 이긴다고 하였다.

결과가 어땠을까? 역시 삽시간에 군대가 무너지고 도륙당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워낙 빨리 무너졌는지 휘종과 흠종, 그 황족들까지 납치당하게 된다. 휘종의 딸과 며느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청명상하도 - 장택단>

 

의사결정 스트레스, 생각보다 문제다.

 

 

육갑신병은 사실 당대의 기준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인식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물론 무너진 것은 물리적인 필연이었다. 

1917년 러시아 제국이 무너질 때도, 요승 라스푸틴이 흡사 무속에 의한 국정농단을 벌였다. 이러한 구도가 역사적으로 꽤 반복되고 있는 것의 본질은 스트레스의 관리문제다. 주어진 현실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은 시행착오를 수반하고, 적절히 방향을 전환하는 것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가 해야할 의사결정은 매우 많다.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들도 의외로 초반에는 꽤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후반기에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의사결정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이 육갑신병도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해야할 의사결정을 회피하고, 어떤 도박과도 같은 헛된 수단에 매몰되어 편한대로만 결정해서 망한 역사의 표본이 된 거다. 또 사실 이는 환경의 문제이고, 어떤 한 개인이 돌파하기에는 애초에 한계가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이 중요하고, 민주주의가 있다.

 

지금은 2024년인데 이 육갑신병이 현재 윤석열 정권에서 재현되고 있다. 명태균, 김건희 불기소, 정치 검찰로 한바탕 시끄러운 정국이다. 시끄러운 게 민주주의다. 아무리 그래도 무속은 아니잖아. 인공지능부터 산적한 당면 과제가 많은데, 약 1000년전부터 계속된 실수를 반복해야 되는지 박근혜 정권때 재탕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면 골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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