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후 사실 정치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되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란 생각이었고 생업과 육아에 몰두했다. 쉬는 날에는 어찌어찌 시간내서 게임을 즐기는 아재였다. 그러다 2019년 검찰과 언론의 조국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보게 되었다. 피상적이었던 박근혜 탄핵 후 잘 되겠지라는 생각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한국이 내가 알던 한국이 아니었다.
별 관심없이 언론은 의심할 필요없이 공신력이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기자들이 가하는 폭력이 당황스러웠다. 검찰이 당연히 전문가니까라고 생각한 모든 게 무참한 폭력으로 보였다. 그 살기가 뚜렷히 인식되었다. 킬킬거리는 그들의 야만성이 내가 딛고 있는 세상을 깨뜨렸다.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후부터 관심갖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간 시계태엽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없어졌다. 알고 있는 현인들에게 영향받은 것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적용해 역사, 수학, 과학, 컴퓨터, 경제, 시사 등을 손에 잡히는대로, 닥치는대로 모르는 모든 분야를 나름대로 시간이 되는대로 공부했다.
딛고 있던 토대를 다시 확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구조론연구소의 김동렬(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낳을 수 있는 천재중의 천재다.)의 글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타자였고, 무서운 곳이었다. 그 곳에서 가끔은 끊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확실하고 큰 걸음으로 연결과 연대를 하고자 하는 이들과 그 것을 파괴하려는 반동과 야만의 끊임없는 전쟁터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긴 싸움을 잠시 멈추고 12월 16일, 내일 수감된다고 한다. 그의 형사재판에 관한 사항은 잘 모르겠다. 또 그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다만 잘잘못을 떠나 왜 이렇게까지 되어야 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깊은 곳에서 화가 끓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사막을 건넜고, 그 고통의 여정에서 상처입어가면서도 생각보다 강해져서 돌아왔다.
나는 그 것을 멀리서 지켜보았고, 또한 시민으로서 깨어나게 되었다.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그가 뿌려놓은 씨앗이 있을 것이다. 조금 쉬다가 무사히 돌아왔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