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에 미래가 있었다.
결국 '나'라는 개인을 만든 것은 내 방이었다.
내 방에는 책이 있었고, 음악이 있었고 바둑판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산 컴퓨터는 동생방에 있었다. 아버지는 장남인 내게 공부하라며 컴퓨터를 많이 못하게 했다. 지금은 컴퓨터가 돈을 벌어다 주는 세상인데 말이다. 물론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를 접해 자연스러운 것은 있다. 아버지가 들어오기 전 한정된 시간만 컴퓨터를 해야 했다. 인터넷이 나가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쳐서 컴퓨터를 했다. 주로 게임을 했다.
게임하다 인터넷을 통해 노래를 접했다.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면 나는 내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내 방에서 구매한 음악 CD를 듣고 혼자 바둑을 복기해보고 책을 읽었다. 책도 내가 읽고 싶어 구입한 책은 아니었다. 그냥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봤다. 어머니가 인쇄 관련 일을 해 논문같은 책도 있었다. 문학에 대한 논문이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걸 읽고 이런 세계도 있구나 알았던 것 같다. 이후로 국어 과목은 공부없이도 대체로 수월했고 뭔가 사고가 깨인 느낌이 있었다.
지금도 내가 잘하고 관심있어 하는 것 모두는 전부 내 방 안에 있던 것들이다. 혹은 집에 있던 것들이다. 못하는 것은 내 방에 없던 것들이다. 지금은 내 방이 없다. 거실이 내 방인 셈이다. 거실에는 노트북이 있고, 책이 있고 티비가 있다. 앞으로의 미래도 지금 이 공간에 있다.
아니다. 세상이 내 방에 들어온 것이다. 내 방까지 밀고 들어온 것들이 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