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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덮어놓은, 더 깊은 부분의 이야기

Toolofv 2024. 10. 11. 14:54

 
조지 오웰이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쓴 이야기인데, 의사가 목에 총을 맞았던 조지 오웰을 보고 목소리를 잃을 것이라 말했대. 일말의 의심없이 약간은 사무적인, 특유의 의사같은 말투로 말야. 
 
그런데 조지 오웰은 목소리를 잃지 않았어. 기능하지 않았던 성대를 제외하고, 남아있던 성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몸이 밸런스를 찾아간거야. 언제나 일은 원인과 결과, 단선적인 구조가 아닌거야. 원인 -> 결과로 바로 도출되는 게 아니라, 그 사이와 혹은 부분의 작동보다 조금 더 복잡하거나 큰 메커니즘이 숨어있다는 거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기우가 병실에서 깨어났을 때, 경찰같지 않은 경찰과 의사같지 않은 의사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해. 그 때, 경찰과 의사가 심각하게 하는 말이 머리를 다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야. 사회안의 사람과 인간의 온갖 너절함을 겪은 진짜 삶을 엿본 사람과의 불통. 인생이 통째로 비실한 연극무대에 올려져 있는 걸 안 사람의 웃음. 이런 느낌의 장면은 괴물에서도 나와. 분명히 봉준호는 카탈로니아 찬가를 봤을 거야. 아니면 말고.
 
사회 안의 모순이나 그냥 사람들이 귀찮은 듯, 덮어놓은 신경쓰기도 싫은 진짜 이야기는 사회 바깥에서든 어디서든 진짜 삶을 경험해봐야 알 수 있어. 진짜 삶의 기반에서 그나마 사회를 구성해온 거지, 사회를 작동시키는데, 사회가 필요한 게 아니야. 사람들이 그냥 묻어놓았던 더 깊은 진짜 이야기를 해야 돼. 조지 오웰은 어느 한 이탈리아 청년의 눈빛에서 사람을 발견했어. 참전한다고 찾아왔지만 총도 안주는 스페인 내전에서 앞으로는 이념을 말하고 뒤로는 동상이몽을 꿈꾸는 각 집단의 거짓, 조작이나 혼란, 너절한 연극무대에서 벗어나 인간을 발견한거야. 우리를 추동하고 있는 에너지를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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